대입 시스템의 다양성

 

I. 다양성의 몰락

 

 흔히 대한민국 교육을 떠올릴 때 대입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일례로 2015년부터 매년 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증가하며 대입을 위한 교육이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교육의 성행과 대입을 위한 교육의 획일화는 사회적 가치의 다양성을 억압하며 하나의 가치만 추구하도록 조장한다. 여기에서 하나의 가치는 대학 입시제도를 위한 개인의 능력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학교는 학생들 스스로 다른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도 대학만을 추구하며 입시 교육을 가르친다. 이렇듯 개인의 능력을 나타내는 획일화된 지표 가운데 대표적인 '생활기록부'와 '내신, 수능 등급'을 위한 교육이 교육계를 포함하여 사회 전반에서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사회가 단일화되어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있을 때의 부정적인 파급력은 상당하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가치관, 배경이 서로 다르며 상황을 놓고 보는 관점 또한 다르다. 그렇기에 사회가 비슷한 생각을 주입하고 강요하는 문화는 관점의 다양성을 억제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상과 가치관을 멸시하여 사회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이른바 교착상태에 빠지기 쉽다. 교착상태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법한 조선 후기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조선 후기, 조정은 두 개의 세력으로 나뉘며 서로의 이익만을 챙기게 된다. 이후 붕당정치는 고조되어 눈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며 국가의 몰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중간중간 실학자들이 현세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붕당정치로 인해 제대로 된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되었다. 

 

 앞선 예시에서 보았듯이 사회가 하나의 가치관을 섬길 때, 사람들은 더 이상 사유하지 않게 된다. 결국,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설명한 아돌프 아이히만(1906-1962)과 같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양성하는 시스템이 될 위험이 있다. 이로써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그저 묵묵히 수행함으로써 일의 타당성을 검증하지 않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가 도래하게 된다. 아이히만의 사례에서처럼 유대인들을 학살하는 행위에 대해 자신은 그저 명령을 하달받았을 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일이 만연하게 벌어질 수 있다. 

 

 다양한 사회는 다양한 생각을 품을 수 있다.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지 않고 모두가 어우러져 건전한 토론을 지속하는 사회 말이다. 우리 모두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II. 다양성의 보전

 

 대한민국 교육의 당위성을 설명할 때에 자주 인용되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이 속담이 전하는 의미는 '뜻하는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해야 한다'이다. 의미론적 관점에서 이 속담은 교육에서 인용되기에 타당하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위험이 따르기에 이를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에 대한 감수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이 속담이 교육의 절대적인 당위성을 표방하지는 못한다. 사회적 요소로서의 교육은 의미론적 관점보다는 방법론적 관점 또한 고려되기 때문이다. 교육에 있어서 올바른 방법이란 없다. 반대로 옳지 못한 방법 또한 없다. 같은 맥락에서 교육은 무수한 이론과 경험으로부터 도출된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교육에서의 정답은 없기에 그 목적 또한 단 하나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은 지역별로 교육청이라는 기관을 두어 지방교육에서의 자치권을 보장한다. 필자가 재학 중인 세종시 고등학교의 경우 새로운 학교 행복한 아이들이라는 비전으로 세부 도전과제와 교육 방침을 두고 있다. 교육의 다양성과 자치를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교육의 자치권으로부터 다른 교육과는 차별화된 실험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으며, 보다 다양하면서 학습이 향상된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학생들만의 고유한 개성과 창의성을 보전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며 그 결과가 다양한 사람들과 창의적인 생각을 보호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스스로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목표에 의한 성공이 아닌 과정으로의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며,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여 상호 보완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다양성은 기회의 균등이나 성공의 보장이 아닌 문화적 시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교육으로써 실천한다면 많은 학생들과 청년들은 시스템 속 바퀴의 신세를 면하게 될까. 적어도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꿔나간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III.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다양성을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을까? 대입이라는 시스템이 사회 구조 전반을 장악하는 작용으로 인해 단시간에 해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마이클 샌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는 2가지의 대학 입시제도 개선안을 제안한다. 첫번째로는 유능력자 제비뽑기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준 이내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비뽑기를 하여 입학을 운에 맡긴다는 제도이다. 마이클 샌델은 이 제도를 통해 '능력을 극대화되어야할 이상으로 보기보다는 관문을 넘을 수 있는 조건으로 본다. 따라서 명예 추구 관행을 없앨 수 있다.' 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대학 학위가 없어도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대학 학위가 모든 문을 열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할 때 대학 입학 서류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 하나의 잣대로 개인을 판단할 수 없는 개성이 중요해진다. 하나의 점수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기업이나 기관에 소속되기 적합한지 판단하는 시스템을 통해 더 넓은 범위에서의 다양성이 보호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