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걸 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

 세상에는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만연하다. 다수가 하고 있는 일을 반드시 따라가야 편하고, 네가 하고 싶은걸 하며 살 수 있다는 맥락에서다. 만일 그러지 않는다면 네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꿈에 사로잡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된다고 불안 아닌 불안감을 증폭시키려 든다. 하지만 이런 식의 논리로는 세상이 말하는 필연적인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어렵다. 하기 싫은걸 해야,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다는 논리는 동일 시간대에서 적용하면 모순이기 때문이다.

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논리를 반박하기 전에 왜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할까. 그 답은 질서에 있다. 사람이란 동물은 질서를 좋아한다. 본래 무질서한 세상에서 나름의 질서를 확립하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연의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질서를 유지하도록 진화해왔다. 그 예로 현존하는 무정부주의 국가는 없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늘 정부 수립을 목표해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있다. 정부가 없다면 개인의 권리는 묵살되고 약육강식의 사회가 도래하기에 이를 경계하는 다수에 의해 혁명이 일어나는 구조가 순환된다. 고로 무정부주의 상태는 지속될 수 없다. 정리하자면 질서를 지키는 행위는 생존과도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하기 싫은 일에는 인위적인 당위성이 부여된다. 인위적인 당위성이 부여대는 행위의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학교 공부, 준법의식, 도덕, 규율 등 사회 규칙이나 관념과 연계되는 일이다. 이는 개인의 생존과 직결되지 않는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 이들 모두 질서유지를 목적으로 하거나 보수적인 업계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인위적인 당위성에는 질서유지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흔히 "이런걸 왜 해야 하나요"라고 상급자나 상위 기관에 질의한다면 “해아하니까”라는 답변만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정작 당사자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모든 경우의 수가 가이드라인으로 정의되지 못하기에 규칙의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는데, 여기에는 관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질의를 받은 당사자 또한 관습으로 해왔던 경우가 허다하고 본래 의미를 재고하지 않았기에 쭉 이어져오게 된 경우다. 만일 해당 관습이 무너진다면 관습 위에 세워진 규칙 또한 무너지고 무너진 규칙은 질서를 깨뜨리며 상위 책임자로 하여금 바로잡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잘못된 관습이라도 질서유지를 위해 묵살하는 비극을 낳기에 이른다.

 관습은 다수를 순응하게 만든다. 이는 진화생물학적으로도 타당한데, 개미사회를 예로들 수 있다. 개미사회는 개미의 80%가 20%의 일을 수행하는 잉여 자원에 해당하고 20%가 80%의 일을 수행하는 이른바 성실한 일꾼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회구조를 통해 20%의 일개미가 지쳤을 때 나머지 80%의 개미 중에서 부족한 힘을 보탤 수 있고, 결과적으로 끊김 없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형성되게 된다. 다른 예시로는 양의 무리가 있다. 양의 특성상 위협을 느끼면 무리를 따라가려는 습성이 있다. 양의 무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양의 우두머리를 움직이면 다른 양들 또한 함께 움직이고 함께 움직이는 양들을 따라 무리 전체가 움직이는 결과를 낳는다. 이렇듯 인간 사회 이전에 생물 사회에서도 순응은 생존의 원칙 중 하나였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관습에 잘못되었다는 근거가 없으면 다수를 설득할 수 없다. 설득은 사회 규칙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하는데, 잘못된 관습으로 인해 불특정 다수에게 치명적인 피해가 아니고서야 다수는 행동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현존하는 사회 규칙은 질서유지를 목적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관습에 도전하는 행위는 질서를 깨트리는 행위이고 질서유지가 곧 생존이었던 과거의 관습은 이를 자동적으로 부정해왔다는 점에서 관습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기 싫은 일을 해왔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관습을 지키기 위해 관습을 강요한다. 때론 그 관습이 효율적으로 일륜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비효율적인 관습이 될 수 있다. 

하기 싫은 일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일이든 경험이 있다면 도움은 된다. 경험에는 필연적으로 배움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준다. 다만 하기 싫은 일에서 비롯된 경험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수행한다면 일의 능률은 떨어진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은 수행하는 일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지극히 냉소적인 사람이 적극성을 요하는 전단지 알바 같은 작업을 수행하기란 버겁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단지 알바의 목적은 전단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나눠주는 데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굳이 면전을 들이밀고 웃음 짓고 발품 팔지 않아도 수행할 수 있다. 오래전 유튜브 영상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한 전단지 알바가 인형탈을 쓰고 전봇대에 기대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전단지를 무심하게 건네주는 영상이다. 지나가는 행인은 그 불쌍함에 감정이 이입되어 전단지를 자발적으로 받게 되는 내용이다. 분명 그 전단지 알바는 귀찮아서 그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례로 알 수 있는 사실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면 하기 싫은 일의 세부적인 행동이나 지침 등을 그대로 수행하는 일 보단 본래의 목적을 이행하는 방향으로 해보면 어떨까.
 학교 공부를 예시로 들자면, 학교 공부의 목적을 설정하는 방법부터 시행해야 한다. 무턱대고 학교 공부를 한다면 되지도 않는 문제집 사다가 주야장천 풀고 있을 테니까. 학교 공부의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삼고 있을 거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는 목적의 본질이 아니다. 물론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가 목적에도 포함됨은 사실이나 목적의 사전적 의미로 미루어보면 “어떤 것을 하는 목표”로 기술되어 있다. 목적은 목표보다는 모호하고 범위가 넓다는 사실을 여기서 알 수 있다. 이에 부합하도록 목적을 수정해보면 “능력 향상”이라는 추상적인 의미가 도출되게 된다. 물론 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루는 과정보다는 왜 이루어야 하는지에 중심을 두자. 단지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 하는 행위만으로는 이루고자 하는 성취를 이룰 수 없다. 만일 이 글을 세세하게 읽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이 말이 이 글이 전하고자 하는 바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리라 짐작한다. “단지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 하는 행위만으로는 이루고자 하는 성취를 이룰 수 없다.”라는 문장은 관습에 해당한다. 관습은 이루는 과정에 중점을 두기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왜(Why)에 집중하면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스스로 자문한 결과에는 내재적 당위성이 따르기에, 다수의 합의로 이끌어낸 관습의 당위성과 비교해보면 그 힘이 비약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으면 내재적 당위성은 힘을 얻는다. 100%의 내 지분이 있는 회사와 0.0001%의 지분만 소유하고 있는 회사 중 어떤 회사에 책임이 쏠리겠는가. 

 

 

우주에서 정의된건 없다

 

 인간 사회는 정의(definition)없이는 돌아갈 수 없다. 단적으로 언어 또한 정의의 예시이다. 이것저것을 가리키는 행위로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전할 수 없다. 그 결과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공통분모가 없다면 상호 간의 소통은 각자에 세계에만 머무르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는 언어라는 수단을 만들었다. 이제부터 저건 이거야 라고 사물과 사물 간의 관계를 정의 내리기 시작하면서 연관성이 생기고, 가치부여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떤 물체에 가치가 부여된 이후 화폐라는 "가치 정의 체계"가 등장했고 가치 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측량"이라는 정의의 개념을 추가했다. 이처럼 인간 사회에서는 무언가를 정의하는 행위가 곧 사회의 발전을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앞선 명제가 이 글의 요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보자. 우선 정의 없이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는 곧 모든 정의에 기본이 되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그 공통분모란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나 "진실", 언어 체계 등이 들어갈 수 있다. 모든 사회에서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 또한 여기에 해당한다. 이제 이 공통분모만을 가지고 세상을 사리 분별해보려 노력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후의 이야기를 서술하자면, 관습을 경계하게 된다. 관습은 어떤 사회에서 역사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오래된 행동양식을 뜻한다. 즉, 사회가 공통분모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연스레 만들어진 또 다른 지역적인 분모라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파생된 양식은 굳이 이 양식을 따르지 않아도 삶을 영위하는데 문제는 없다. 그 사회에서 배척될 수는 있어도 적어도 "생존"은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관습에 대한 경계는 인위적으로 정해진 양식에 대한 의심을 낳는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면서 "왜 저 나라 사람들은 저럴까"라고 생각했던 그 경험을 떠올려보면 된다. 그 사회에서는 내가 살아왔던 사회가 공유하는 지역분모가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의문이다. 그럼 우리 사회를 살아오면서 생기는 관습에서도 의문을 품을 여지가 충분하다. 생각해보자. 사람이라면 내가 속해있는 조직에서 "저걸 굳이 해야 하나"라고 자문해본 순간이 한 번쯤은 있을 듯싶다. 그럴 때마다 "다른 방식으로 해보면 어떨까", "어차피 정해진 건 없는데"라고 생각해보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거라 예상한다.

 

 

 하기 싫은 일이 도움이 된다면 하기 싫은 일을 해내는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내는 일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당위성을 찾고 나만이 해낼 수 있는 방식으로 하기 싫은 일의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한다면 관습에 얽매인 사람들보다 훨씬 유연하고 효율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하기 싫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일을 수행하는 방법이 하나만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 방법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로 원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