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제발 유튜브좀 그만봐요.
생각

아빠, 제발 유튜브좀 그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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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이야기의 시작

 

' 핸드폰 좀 그만 봐라 '

 

3년 전,

하루는 핸드폰에 렉이 걸려서 바닥에 집어던졌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액정을 보는 순간 화면이 지지직 거렸다. 액정이 나간 것이다. 내 마음도 같이 무너져버렸다. 

 

벌인 지 상인 지는 몰라도 1년 동안 핸드폰을 못 쓰게 되었다. 핸드폰 없이 등교하고 핸드폰 없이 놀이터를 가다 보니 핸드폰이라는 존재를 잊어버렸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까 일본에 출장 가셨던 아버지께서 아이폰을 선물로 주신다고 하셨다. 아버지께서 도착하시던 날 같이 핸드폰을 개봉했다. 비록 중고였지만 1년 만에 새 폰이 생긴 것이다.

 

그 후로 어머니께서 쓰시던 S7을 물려받았다. 여러 가지 커스터마이징도 해보고 루팅도 해보고 안드로이드 순정으로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즐겁게 놀았다.

 

중학교 3학년쯤 나는 3년 전처럼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손에는 핸드폰과 페이스북이 켜져 있었고 수많은 알림이 오고 가는 것도 3년 전과 다를 바 없었다.

 

조금 무서워졌다. 다시 돌아가기 끔찍했다. 핸드폰 중독이 이렇게 무서운 건가 싶었다.

 

그렇게 페이스북 계정을 지우려고 했다. 설정에서 계정 비활성화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알림이 울렸다. 페이스북 메신저였다.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게 페이스북 피드를 넘겼다. 다시금 중독의 길로 들어가고 있었다.

 

II. 구제

 

불행 중 다행으로 마음 저 편에는 지우고 싶다는 일말의 감정이 아직 남아있었다. 그러나 실행할 용기가 없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넷플릭스를 켜고 다큐를 보려는 순간 소셜 딜레마라는 제목의 다큐가 있었다. 내가 요즘 관심 있는 주제인 소셜미디어를 다루는 다큐였다.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어느새 소파에 누워 감상하기 시작했다. 한 5분쯤 지났을까 머리가 너무 아파서 시청을 잠시 중단하고 많은 생각에 빠졌다.

 

다양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너무 복잡해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재생 버튼을 눌러 시청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40분 정도 지났을 때 머리에선 한 문장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 페이스북 지운다 '

 

III. 작은 용기와 큰 외로움

 

작은 용기로 페이스북을 지웠다. 15일 뒤에 비활성화된다고 했다. 북마크에서도 지웠다. 더 이상 파란 F를 보기 싫었다. 

 

그 대가는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삶이 무기력해진 느낌이었다. 더 이상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았다.

 

큰 일에는 시련이 따른다고 했던가, 내 마음은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

 

IV. 어쩌면 만병통치약, 독서

 

큰맘 먹고 페이스북을 포함한 53개의 온라인 계정을 싹 지웠다. 작은 용기가 승리한듯한 기분이다. 승리했지만 뭔가 허전하다. 내 마음의 문을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페이스북이라는 거대 포장 속 내 마음에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허전했다.

 

그래서 독서를 시작했다. 사놓고 읽지 않는 책을 모아 작은 선반에 올려두며 읽었다. 하루에단 5페이지라도 천천히 읽었다. 부담 없이 내 선택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쌓이고 쌓여 작은 선반이 다 채워질 정도였다.

 

내 마음은 작은 지식들로 하나 둘 채워지기 시작했다. 

 

지식을 계속 쌓기만 했더니 어느새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마음 정리가 필요했다. 그 방법으로는 기록이 필요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 정리가 필요했다. 

 

기록의 방법은 정말 많지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일기를 선택했다. 일기는 하루를 돌아보고 내 마음을 정리해주는 최고의 도구이지 않던가. 

 

V. 시야의 확장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면서 나에게 부족한 점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나에게 필요한 처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시야가 확장되면 확장될수록 뭔가 부족해 보인다.

 

그러다 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 유튜브를 시청하시고 계셨다. 그것도 주무시면서까지 말이다.

 

조금 의아했다. 유튜브 같은 거 일절 안 보시던 분이 자면서 까지 시청하시니 마치 내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일본 출장 때 할 일이 없으셔서 유튜브를 보기 시작하셨다고 근데 보다 보니 재미있다고.

 

사람이 문제가 아니었다. 기술이 문제였다. 

 

VI. 도돌이표

 

나는 자발적이라기 보단 환경에 의해 1년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없는 순간이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유튜브와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핸드폰이 생기니 다시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하게 되었다. 중독의 도돌이표였다.

 

어느 순간부터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멀리하게 되었다. 덕분에 책을 가까이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분이랄까.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중독의 도돌이표를 끝내는 방법은 단 한 가지다. 사람의 '마음', 바꿀 수 있는 '의지', 실행하게 만드는 '용기' 이 세 가지가 모이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VII. 시간문제

 

중독에서 벗어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술을 우리를 점점 더 중독되게 만들지만 사람의 의지만큼 강력하진 않다. 

 

나 또한 중독으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났다 말하기는 힘들지만 중독을 위한 기술을 경계하게 되었다. 기술은 언제나 양면성을 띄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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