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커밋과 1일 1코딩을 그만두게 된 이유

 

 

 

 작년 8월 중순부터 백준에서 하루에 한 문제씩 풀기로 다짐했었다. 그리고 오늘, 그 약속을 깨기로 했다. 이번 글에서는 꾸준함이 집착을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꼭 꾸준함이 하루마다 이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한다. 

 

꾸준함이 집착을 만나면

 

 꾸준함은 습관을 만드는 데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꾸준한 습관은 게으른 환경으로부터 안전지대를 만들고 꾸준함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이렇듯 꾸준함은 좋은 습관과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나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바로 정량화된 꾸준함에 대한 집착이다.

 꾸준함은 시간단위든 양적인 목표로든 정량화하기 수월하다. 꾸준하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방법 중 가장 흔한 방법이 "매일 ~하기"인 사실이 그 예시다. 아니면 간단하게 몇 일차라고도 표현할 수도 있다. 꾸준함을 정량화시킨다면, 스스로가 꾸준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잘 인지하게 되고 쉽게 자기만족을 얻을 수 있다. 정의를 내려보자면, 꾸준한 생활에서 오는 만족감보다 얼마나 오래 지속했는지, 그 양에서 만족을 얻게 된다면 꾸준함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량화된 꾸준함은 정상적인 습관을 해친다. 예를들어 하루 100일 동안 습관을 지속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일 이 사람이 습관이 아닌 100일이라는 양에 집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01일째 되는 날 "아, 이 정도 하면 됐지" 라며 꾸준한 습관을 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100일이라는 거대한 노력에 스스로가 압도되어 안일한 판단을 하게된다는 상황이다. 동시에 100일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어떻게든 101일을 만들면서 컨디션에 맞지 않게 무리할 가능성도 있다. 꾸준함의 대가인 칸트도 3시 30분에 있는 산책 시간을 두어번이나 어겼다는데, 절대적인 꾸준함만 추구한다면, 그건 아마 신 밖에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꾸준함이 꼭 1일 기준이어야 하나?

 

 본래 꾸준함이란 한 가지 일을 오래 지속하는 행위를 뜻한다. 꾸준함의 기준은 스스로 설정해야 하며 그 기준을 달성했을 때에 꾸준함을 지속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습관을 만들 때 처음에는 기준을 타이트하게 잡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느슨하게 변경한다. 그렇게 했을 때 꾸준함에 지치지 않을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더 오래 지속된다. 이는, 타이트한 기준에서 느슨한 기준으로 넘어갈 때 본인 스스로 꾸준함을 이어간다는 조건하에 성립한다.

 수년 전, 1일 1 커밋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1일 1 커밋을 회상하면 목적은 능력 향상이었지만 결과적으로나 과정적으로나 감당하지 못했었다. 결국, 매일매일 한 줄이라도 적어 넣자는 의미로 퇴색되었고 활동에 회의감을 느껴 한동안 프로그래밍에 흥미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과정이 아닌 결과에 치중한다면 과정을 얻기 위한 목적은 결코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느슨한 기준의 꾸준함을 좋아하는 이유

 

 나의 프로그래밍 실력이 향상된 순간은 유연하게 배운 환경에서였다. 마감기한이나 시간에 관계없이 신기술들을 느리지만 정확하게 터득하며 적재적소에 응용하기까지 이르렀다. 자고로 배움이란 오래 지속되어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 목표의 달성 속도에 상관없이 과정을 터득해나가다 보면 그렇지 않은 배움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된다.

 느슨한 기준은 배움의 공백을 만들어 자율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학습에 있어서 공백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공백을 통해 다양성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움에 있어서 빈 공간은 무한한 가능성과 열린 결말을 동시에 담고 있다. 동시에 각자만의 개성이 담긴 도구로 그 공백을 메우면서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깨닫는 계기가 된다. 이는 굳이 학습이 아니더라도 예술, 문학 심지어 공학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초과 달성

 

 이번 1일 1 코딩을 시작할 때 100일 연속을 달성 목표로 삼았다. 100일 이후에는 200일을 목표로 삼았고 그 이상은 선택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255일 연속 1문제씩을 풀 수 있었다. 정량적인 목표 외에도 티어가 브론즈에서 골드로 향상되었고 내가 문자열과 정렬 알고리즘을 잘 풀 수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토록 초과 달성이지만, 최근 1주일이 시험기간이었던 관계로 프로그래밍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기도 하다. 

 이제는 실버와 골드 문제 중심으로 기초를 더욱 탄탄하게 잡아보려고 한다. 꾸준함이라는 목표 뒤에 숨어있었던 능력을 끌어올리기를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