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마무리하며.

 

 2022년의 기술회고는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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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을 마무리하며. (기술편)

 

 

 

 여러 번의 퇴고 끝에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을 끌었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퇴고의 결과라는 점에서 후회스럽지는 않다. (다음 회고는 10월부터 준비해 놓아야겠다.) 이번 한 해는 기술적 도전을 제외하곤 단조롭게 살아왔던 터라 쓸 말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저 22년은 작년에 비해 진로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게 지냈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왔고 매 순간을 즐기면서 살아왔다.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개인 회고 카테고리

 

 1. 독서

 2. 인간관계

 3. 운동

 4. 집돌이

 

 

1. 독서

 

 작년이나 올해나 독서는 여전했다. 다만 읽는 장소가 달라졌는데, 평소같으면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해서 집에서 읽었겠지만, 올해는 학교 도서관에서 읽었다. 생각보다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의 분야가 다양하고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었다. 특히 책을 구입하면서 생기는 지출을 상당히 줄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읽은 책의 권수로만 따진다면 6월 말부터 12월까지 45권을 읽었다. 이는 같은 읽기 속도로로 1년을 지속한다면 연간 100권에 달하는 책을 읽게 되는 분량인 셈이다. 혹시 그냥 무작정 읽은 건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적어도 읽은 책은 누구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에 남아있다고 말하겠다.

 

 독서를 하면서 지식의 깊이를 넓혔다. 책을 읽다보면 책 속 내용을 깊이 있게 공부해보고 싶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미루지 않고 관련 도서를 검색해 보며 다른 책을 읽었다. 덕분에 책 속의 내용이 다른 책과 연계되어 지식이 더 깊이 있게 전개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책에는 도서 인용이 상당 부분 들어있다.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추천 도서 3권 이상은 종종 얻게 된다. 이 경우 책을 읽다가 심도있게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바로 검색해서 주문하면 된다. (학교 도서관에는 없다)

 

1-1. 질문

 

 독서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질문이 생겨났다. 특히 올해의 경우 독서하면서 사회문제 관련 질문이 많이 들었는데,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인 "지금 다시 헌법"의 208페이지에는 지금까지 했던 질문을 통틀어 가장 명쾌한 질문을 던져준다.

 

헌법 제34조 2항
실패가 두렵지 않은 사회가 있다면 그 사회는 좋은 사회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과감하고 창의적으로 시작할 수 있으며, 만약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다른 일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번 실패하면 일어서기 힘든 사회는 불안한 사회다. 이 조항에는 모든 시민이 든든한 안전판을 느끼며 안정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국가가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 208p

 

 실패는 개인의 능력 문제라고 치부했던 지난날의 생각을 반성했다. 저 헌법이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곱씹다 보니, 올해 읽은 또 다른 책이 생각났다. 스티븐 데닝의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애자일 경영의 중요성과 적용방안등을 서술하고 있는데, 고전적인 조직이 현대사회에서는 왜 취약한지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애자일 경영의 핵심 철학 중 하나인 "협업"과 "직원의 실패는 실패가 아닌 교훈이고, 그 직원이 실패한 데에는 조직에 답이 있다"가 궁극적으로는 헌법이 표방하는 좋은 조직을 만들려는 시도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 잡념이 사라지는 대신 질문은 늘어나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었다. 좋은 질문이든, 떠오르는 물음이든, 번뜩이든 아이디이든 간에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곤 했다. 

 

 

1-2. 배움

 

 책을 읽으면서 삶이 연장됨을 느꼈다. 독서는 그 책을 쓴 작가의 시간만큼 인생을 더 사는 거라고 표현되지 않던가. 한 4-5년쯤을 번 기분이 들었다. 비즈니스 관련 책을 읽으며 지금껏 잘못하고 있던 마케팅 방법론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고, 지표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만일 이를 배우지 않고 창업 기획을 시작했다면 몇 개월을 허송세월로 보냈을까 상상해 보았다. 또한 창업은 시장의 파이가 큰 쪽을 공략하라는 점을 배웠다. 블루오션에 집중하던 사고방식에서 레드오션 속 틈새시장을 노리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는 배움이었다. 앞선 방식처럼 사고 패턴이 변화하는 과정을 겪으며 검증되고 올바른 방식을 찾아 나섰다. 

 

 그럼에도 무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새로운 지식 하나를 습득하면 모르는 개념에 두 개 생기고, 모르는 개념이 생기는 즉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곤 했다. 예를 들어 경제학에서의 '파레토 법칙'이라는 모르는 개념을 보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파레토 법칙을 알고 나면 파레토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파레토 법칙과 비슷하게 들리는 파레토 최적은 또 무엇인지 모르는 개념이 지속적으로 생겨난다. 기존 개념을 이해하는데 소요된 지식만으로는 그와 연관된 개념을 이해하는데 부족해진다는 의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식의 무지가 쌓여만 가는 현상을 발견하지 않을 듯싶다.

 

 마침내 무지를 받아들였다. 모르는 분야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해 보려고 도전했다가 책을 읽는 목적을 까먹어버리는 일이 허다해지자, 모르면 일단 넘어가자고 생각했다. 그 덕에 알고 있는 부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독서의 목적에 맞게 배워나갈 수 있었다. 무지가 빚은 배움이었다. (어쩌면 겸손일 수도)

 

 

1-3. 적용

 

 개인적으로 자서전 스타일의 책을 좋아한다. 작가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상상할 수 있다는 점과 작가의 상황과 작금의 내 상황과도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에서다. 작가가 경험했던 1인칭 시점의 문제를 교훈 삼아 문제의 해결책을 적용해 본다는 이점도 자서전을 좋아하는 이유다. 

 

 올해 읽었던 자서전 중 존 스튜어트 밀의 자서전을 빼놓을 수 없겠다. 아래 글귀를 되새기며 인간관계의 환경을 개선해 보려 노력했다. 나름 적용의 시도였는데 연말에 다다라서야 빛을 보게 된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단번에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오래 보아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법이다.

 

지성적 갈망을 가진 사람도 될 수 있으면 적어도 자기와 비등한 사람과 평소에 사귀는 것이 좋고 또 가능한 한 지식과 지능 및 정서에 고결한 점에서 자기보다 우수한 사람과 사귀는 것이 좋다. - 233p

 

 혹자는 사람을 가려서 평가하고 자칫 사고방식에 편협해질 수 있다고 경고할 수 있겠다. 그러나 본인보다 우수한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그런 생각 자체가 편협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첨언해주고 싶다. 본인의 경우 운이 좋아서인지 존경하는 친구들과 친구가 되었다. 거의 모든 면에서 적어도 몇 가지의 단점마저도 매력과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었다. 덕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뜰 수 있었고, 매일 수학문제와 씨름하는 친구를 보고 영감을 받았고, 학생부 활동을 성실히 참여하는 친구로부터 리더의 조건과 신뢰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현실적인 친구를 보며 현실이란 무엇인지 보편적인 의식을 지닐 수 있었고, 언행은 거칠지만 내면의 마음을 보여준 친구로 인해 다른 이들의 내면을 보게 되었다. 

 

 

2. 인간관계

 

 인간관계 측면에선 꽤나 단조로웠다. 작년에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려고 마음먹었지만 올해는 '나'대로 살았다. 중점을 타인이 아닌 나에게 두어 꽤나 평온했다. 물론 중심이 나에게 있었기에 외롭지도 않았다. 새로운 관계에 그다지 노력을 들이지도 않았고 그럴 연유또한 느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는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있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2-1. 학교 인간관계

 

 한 가지 고백하자면, 2학년 시작과 동시에 반 친구들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개개인은 개성 넘쳤으나 집단으로 모이는 즉시 수업시간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벽돌이 되었다. 얼마나 조용했으면 오시는 선생님들마다 친구들에게 "제발 이야기 좀 해"라고 하며 한탄하실까. 호기심 많고 질문이 끊이질 않는 반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실망스러웠다. 더군다나 학급초기부터 반 친구들의 인성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담배 피우다 걸린 친구부터 사소한 규칙을 귀찮다는 핑계로 잘 지키지 않는 친구까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개개인마저 부정적으로 보게 되었다.

 그러나 학기가 넘어가고 개개인이 잘못된 게 아닌, 나의 시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고 환경이 사람의 인품을 대변한다고 배워왔던 터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반성하고 고칠 수 있었다. 마음을 고쳐먹은 이후로 친구들의 장점이 보였다. 각자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나름대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지 그 친구들을 통해 배웠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였던 친구가 피나는 고뇌의 결과를 보일 때 그 친구의 순수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런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 이번 학년도 행복했다.

 

 그럼에도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학생들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겉으로만 보면 교칙위반에, 말 안 듣고, 불성실하기만 한 친구들을 있는 그대로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역으로 묻고 싶다. 학생 개인을 본 건지 학생간 관계를 본건지 말이다. 

 

 내면을 보기 위해서는 함께 흘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관계를 보고 평하기에 반 친구들은 너무나 복잡다단한 존재였다. 오로지 그 관계 속에 얽혀 숨겨져 있는 개인을 들여다보고 친구들의 사고 패턴을 수용해야만 진정한 내면을 볼 수 있었다.

 

 

3. 운동

 

 조금 뜬금없지만 8월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작년 6월쯤부터 남아있던 다리근육이 점차 살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조금만 뛰어도 힘들 지경으로까지 치달았다. 이러다가는 큰일 나겠구나 싶어 헬스를 시작했다.

 

3-1. 루틴

 

 토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집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했다. 격일로 하루는 30분 유산소(걷기+뛰기) 다른 하루는 근력(렛풀, 체스트프레스, 레그프레스)+유산소(걷기 토털 20분)를 수행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너 칸트 같다.

 

라고 평해주신 말을 떠올리며 칸트처럼 꾸준하게 지속하려고 노력했다. 아마 본인의 정량적이거나 정성적인 장점을 제외하면 "꾸준함"이 남을 듯싶다. 

 

 

 

 

 

4. 집돌이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단조로운 일상을 유지했다. 기술적 도전에 유념하다 보니 생긴 생활패턴이었다. 학교-집 패턴을 반복하면 할 수록 단조로운 일상에 익숙해지고 어디 나가는 걸 꺼려하게 되었다.

 

4-1. 활동을 잃고 걱정을 덜었다

 

 코로나 이후로 세계인은 집에서 생각할 시간이 늘어났다. 각자의 집에서 인생을 설계해 보고 그동안 바빠서 하지 못했던 공부도 해보고, 어떤 진로를 꾸려나가야 하는지 깊게 들여다볼 순간이 많이 있었다. 이는 단지 어떤 한 개인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닌 전 세계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소프트웨어 쪽 진로는 유망해졌다. 비대면 전환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고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분야기도 해서다. 개발자 구인난은 여전하고 관련 부트캠프 및 교육지원도 활발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대부분 사람들의 진로고민 이유는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고등학생때부터 진로를 강요하는 대한민국 입시제도의 폐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육현장에 있다보면 학생들이 입시의 번뇌에 휩싸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관점으로는 꿈이 없는 학생들보다 애매한 꿈을 가지고가는게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꿈이 없으면 찾기라도 하지, 어쭙짢은 꿈을 지속하다가 대학 졸업반에 이르러 전공을 교체해버리면 그렇지 않는 친구들보다 몇 배는 노력해야 하니 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운이 좋았던 탓인지 자유로운 영혼 탓인지는 몰라도 직업적 목표는 늘 "CTO"로 고정되어 있었다. 덕에 진로고민할 시간에 진로공부를 할 수 있었고 스스로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세상에 없던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 만큼의 능력과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진로에 대한 큰 걱정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삶은 늘 제로섬 게임이었다. 걱정을 덜은 대신 다른 사람과 소통을 줄였고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신년 목표는 "소통"으로 정했다. 너무 집에만 있지도 말고 세상을 즐기며 살아보기로 했다. 중간중간 다른 사람들과도 교류하며 지금까지 배워왔던 기술도 전하고 대외활동도 조금씩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보면 지금껏 배워왔던 지식이 별게 아니였구나 하는걸 느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