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머리의 함정

 

머리가 좋은 사람은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지레짐작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 잘 안 물어본다. 지레짐작으로 "이렇게 하면 되겠지"가 먹히니까. 실제로 잘 먹힌다. 

 

요새 느끼는 거지만, 지레짐작은 문제해결에 적합한 도구가 아니다.

 

그 시간에 물어보는게 상책이고, 검색도 시간낭비다.

 

해당 정보를 잘 알고 있을 거 같은 커뮤니티에 가서 물어보면

 

대략 몇 분 만에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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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GLB 파일 썸네일 문제로 몇 시간 정도 허비했었다. 파일 크기가 큰 GLB 파일을 썸네일로 몇 십 개 혹은 몇 백개를 보여줘야 하는데, Three.js Canvas를 몇 백개씩 랜더링 할 자원이 브라우저에는 없었다. (고 생각했다)

 

그래서 백엔드에서 랜더링할 방법을 찾기로 했었고,

 

찾아본 결과 오픈소스도 없었다. CLI 도구만 있을 뿐.

 

그래서 그냥 만들기로 했다.

 

그러다가..

 

앞으로 런칭할 프로젝트 홍보도 할 겸 레딧에 이 문제를 물어봤는데.

 

답을 듣고는 순간 머리가 띵 했다.

 

내가 생각했지만, 의미 없다고 무시한 솔루션을 해결책으로 내놓은 거다.

 

이미 지레짐작으로 '안될 거야' 했던 해결책이 진짜 해결책이었다니.

 

왜 해보지도 않고 안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괜히 부끄럽고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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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몇 년 다루다 보니 웬만한 문제의 제너럴 한 솔루션은 찾아낼 수 있다. 굳이 구글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그러다 보니 진짜 중요한 문제에만 집중하는데,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PMF/영업과 같은 사업의 기본 요소들이다.

 

그러나 아직 엔지니어 속성을 못 버린 탓인지 가끔 재미있는 기술적 문제가 터지면 몇 시간이고 생각해서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솔루션을 도출해내곤 한다.

 

이 재미에 한 번 빠저 들게 되면 웬만한 문제는 다 시시해 보이고

 

미친 방구석 천재 놀음에 빠져들기 쉽다.

 

지금 와서 느끼는 거지만,

 

왜 환경을 바꾸지 못했을까. 

왜 한국이 전부라고 생각했을까.

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볼 생각을 못 했을까.

 

질문을 바꿔보면

 

더 넓은 환경으로 가야 하고,

전 세계적으로 나만큼 기술에 있어서 광범위하게 다루는 사람 드물고,

업계 최고들에게 커피챗 요청드려서 내 프로덕트/커리어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얻는 것

 

오만일 수도 있지만,

 

오만한 만큼 현실과의 괴리가 생기기 마련이고, 그 간극만큼 깨진다.

 

대차게 깨지고 나면 문제가 명확하게 보여서 더 노력하게 되고 간극을 매우게 되는데,

 

그게 바로 성장이다.

 

솔직히 근래 들어서 안 깨져 본 지 오래라. 성장이 정체되었다 느끼던 찰나

 

지레짐작으로 깨져버려서 

 

더 공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