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에 수학이 빠진다면,

 

 

수학 없이는 모두가 속 빈 깡통

 

 프로그래밍, 그 자체로는 프로그램을 짜는 행위를 뜻한다. 대중적 시선으로 프로그래밍을 정의한다면 기본적으로 복잡한 이산수학과 정밀화된 통계 계산 등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복잡한 수학 지식을 활용하지 않듯이, 프로그래밍에서도 매일 수학만 붙들고 있지는 않는다. 그저 누군가 만들어 놓은 수식이나 코드를 질문이나 검색을 통해 잘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된다. 그게 본인을 포함한 많은 개발자들이 수학으로 머리를 끙끙 싸매지 않고도 그럴싸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이유다.

 

 "거인에 어깨위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라." 라는 말이 있다. 처음부터 올라가려 하지 말고 이미 다져놓은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그만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스스로 무언가를 얻기란 불가능하다. 스스로 태어나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스스로 자라는 일은 더더욱 그렇다. 누군가의 가르침 없이는 배움도 없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가르침을 주는 거인은 구글, 아마존을 포함한 거대 IT 공룡들이다. 이들이 만들어 놓은 플랫폼 아래 수많은 개발자들은 적은 돈과 노력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에서는 코드에 대해 공유하고 토론하는 장인 오픈소스 활동과 개발 편의성 도구, 개인 컴퓨터의 발전 등이 자리매김한다.

 이쯤되면 프로그래밍에 있어 수학은 그리 필수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만들고 싶은 서비스가 있다면 오픈소스의 힘을 빌려 쉽게 구현할 수 있고 구글 검색만으로도 대부분의 버그는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수학은 매력적이지도 않고 유연하지도 않다. 수학은 이론과 증명의 무한한 싸움이고 여기에 프로그래밍이 낄 자리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프로그래밍에 수학이 빠지면 속 빈 깡통이 되기 십상이다.

 

 

지겨운 이론이 필요한 이유

 

 대기업은 입사조건으로 코딩 테스트를 내건다. 이를 두고 때아닌 이론이 웬 말이냐 하는 개발자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실무에서는 이론을 잘 쓰지 않는다. 다만, 동반될 뿐이다. 코딩 테스트를 치름에 있어 이론과 실무는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이론의 영향력에 대해 무지한 생각이다. 앞서 설명한 거인의 어깨 위에서만 세상을 바라본다면 그 아래 깔려있는 근본적인 이론을 망각하기 쉽다. 프로그래머로써 더 성장하고 싶다면 근본적인 이론 위에 실무라는 집을 짓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이런 이론의 부재는 특히 웹 개발에서 쉽게 나타난다. 웹 특성상 접근성이 좋고 개발 난이도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도구 또한 발전되어있다.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웹을 만들 수 있는 세상에서 복잡한 이론만으로 널려있다면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지금 세상에서 간단한 게시판 사이트나 동영상 업로드 사이트 정도는 인터넷 강의 몇 번 클릭하면 따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쉽다고 해서 그 기저에 깔린 기술마저 쉽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왜 근본적인 기술을 알아야 하는가

 

 근본을 논하는건 비단 프로그래밍 업계의 이야기가 아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근본을 안다면 또 다른 근본의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과학계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지는 논문 게재와 학회를 통해 생산적인 연구를 낳고 또 연구를 낳는다. 이론은 이론을 인용하며 서로의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며 숨은 오류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처럼 근본은 근본에 대해 재고하는 방향을 가진다.

 근본이 새로운 가치를 생산할 때 그 위에 살이 얹어지기 시작한다. 최근 들어 급부상 중인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의 논문을 들여다보면 어려운 수학 기호로 블록체인의 안정성을 이론화하고 검증하는 방법이 나온다. 그러나 정작 많은 사람들은 블록체인에 대해 알지 못한다. 블록체인을 모르고서 비트코인은 더더욱 모를 수밖에 없고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NFT, 이더리움 등 수많은 신기술을 모르고 활용하기란 위험하다. 마치 내가 먹으려는 버섯이 정상인지 독버섯인지 구별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우려가 있다. 결국, 기술의 단면만 보고는 기술이 준 프레임에 갇혀 절대적인 기술 옹호 주의자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근본적인 기술을 알야아 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근본적인 기술은 상용 기술에 대해 검토하며 더 나은 기술을 창출한다. 같은 결과를 도출하는 2개의 함수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나는 실행하는데 1분이 걸리고 다른 하나는 실행하는데 10분이 걸린다. 당연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1분 걸리는 함수를 쓰게 된다. 이때, 기존에 있던 함수가 10분 걸리는 함수라면 1분 걸리는 함수로 교체할 수 있다. 그렇게 근본 기술이 발전하면 상용기술 또한 함께 발전하는 양상을 보인다.

 둘째, 기술을 문제 해결에 있어 절대적인 도구로 생각하지 않게 한다. 명확한 수학적 한계를 제시함으로서 기술의 한계를 예상할 수 있고 기술에 맹목적으로 의존하지 않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스티브 잡스가 자녀의 스마트폰을 제한했다는 일화가 있다. 잡스는 스마트폰이 주는 악영향을 알고는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했다. 즉, 기술에 대해 잘 안다면 그 속에 숨겨진 이면을 간파할 수 있다.

 

 

 

기술을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기에

 

 한 번이라도 3D 프로그래밍을 접해보았으면 물리와 수학이 왜 중요한지 알게된다. 오브젝트의 기본적인 방향 계산부터 애니메이션 최적화까지 단 한순간이라도 수학이 쓰이지 않는 분야는 없다. 이와 같이, 수학을 알면 어떤 방식의 최적화 알고리즘이 효율적인지 계산할 수 있으며 더 나은 방식의 코드를 작성하게 된다. 코드를 보고 가져 다 쓰고 수정하고 덮어쓰는 건 적절한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니다. 문제에 대해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찾고, 적용하고, 제안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프로그래밍을 실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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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필요는 깨달음의 영역이다. 필요하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며, 깨닫지 못하면 필요하지 않다. 만일 수학이 왜 필요한지 깨닫고 싶다면 수학이 필요한 순간에 머무르면 된다.